사이렌
-----------------------------------------詩. 신지혜
늦은 밤, 가늘게 사이렌이 울렸다.
누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건너가는가. 문득 파닥거리는 형광나비 한 마리, 검 은 먹지위, 예리한 면도날처럼 나비가 파선을 그으며 날아간다. 캄캄한 어둠 정 교하게 파들어가는 나비날개 서늘하다. 간헐적으로 상승과 하강 반복하며 다시, 高와 低의 절벽 경험하며 끊어질 듯 다시 이어지는 실비명, 이미 오래전부터 침 묵을 위장하고 밤마다 울리고 있었던 사이렌, 참 세상이 두루 깊기도 하지. 저 캄캄한 저탄장 아래 침잠하여 숨 고르던 내 어린 시절 슬픔의 분말 일제히 다시 소요한다.
이 꽃에서 저 꽃 가는 길 알고 있는가. 가늘게 멀어지는 나비날개 팔락거림이 능 선 하나 허문다. 내 숨길도 어쩌면 저렇게, 어느 산 하나쯤 파헤치며 날개 헐도록 날아가지 싶은 밤, 나 수천 데시벨 난시청 지역 통과한다. 대서양 파도 겹겹이, 혹 은 천년 수렁같은 저 꽃의 황홀한 동공속으로 빨려드는 소리나비 한 마리, 빛나는 광섬유 활을 긋듯, 가느다란 슬픔 한 줄 어둠에 그어대며 아득해지는 밤, 정적의 그 아찔한 깊이 사이렌.
- 계간[시현실] 2006년,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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