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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못/신지혜 2019-07-29 05:40
작성자

  / 신 지 혜

 

 

  맥퀸지 씨가 못을 박는다. 그가 레드우드 원목가구에 못을 박는다. 아니, 그 자신, 오래된 나무가 되어 못을 받는다. 받아주마. 네 못을, 몇 센티미터 깊이로 무단침입한 네 결기의 사랑을, 他人이라는 이물질을, 어느 산 중턱에서 내 생 치열하게 밀고 당기며 스스로 파도 빚던 나는, 물결 무늬 속, 네 못 하나 흔쾌히 받아 안고 혼자 철썩이는데, 참 이상도 하지. 내 몸 속 깊이 뿌리내린 너도, 어느 결에 내몸 노래 되어 혼자 어둠이 아프다고 내내 철썩이는 것이였다.

 

  맥퀸지 씨가 못을 뺀다. 그가 고가구 장식장을 해체하며 못을 뺀다. 사람을 심장에 못박고 또 다시 여의는 일이 어디 예삿일인가. 그가 해머 뒷쪽을 나무 모서리에 대고 지렛대 힘으로 한때, 고가구 육신이였던 못을 뽑는다. 맥퀸지 씨가 못의 허리구부려 공중으로 힘껏 튕겨 올린다. 그러자 못대가리가 공중 솟구쳤다 떨어지는 순간, 그는 자신의 몸에 空 하나 뻥 뚫리는 것을 느꼈다. 바닥에 떨어진 붉은 못 하나, 그를 붙잡고 있었던 고가구의 혈흔 몇 점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묻어있었다.

 

 

 계간 시인광장 2006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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