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제목빈집/신지혜----------박동남 시인2021-02-17 15:15:44
작성자
빈집 / 신지혜
볕 좋은 날, 외삼촌의 묘를 이장했다
영락없이 빈집이었다
그 오래된 빈집은  혼자 놀고 있었다
낡은 어둠 한 묶음이 채 풀리지 않은 편지처럼 현관문에
단정히 꽂혀있었다
가구 다 빼낸 빈집이 이렇게 환할 수 있다니
낡은 벽 사이 쩍 갈라져 틈새에 무명 강이 생기고
안방 침대 밑 먼지들은 모든 생각을 멈춘 듯 조용했다
아직도 거실 탁자 위엔  한때 페튜니아꽃을 담았던
어두운 꽃항아리,
거실 카펫 구석, 납작 엎드린 100원 혹은 500원짜리 동전들
녹슬었을까 대체 이것들은 녹이란 옷을 한번
입어보기나 했던 것일까
위대한 조형물 설치작가인 거미들은
마지막으로 사각 천정 모서리마다 조형물을 살뜰하게
디스플레이했다
이 집을, 평생 외투처럼 입고 살았던 목숨의
흔적과 무늬를 나 가만 더듬어본다
생전, 중앙시장 장터를 누비던 파 장사, 배추장사의 리어카가
얼핏 골목을 돌아갔는데
한여름 밤, 천둥 번개가 흘끔 들여다 보았을 그 빈집,
나 오래 들여다 보니
캄캄하게 소등된 빈집이 마치  허공을 잘 눌러 담은
골 깊은 항아리만 같았다
결 무늬 삭아 빠진 관속에서 빈집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은 인부들은
무덤가에 둘러앉아 아, 햇빛 차암좋다! 마치 생전 처음
이 별 위에서 서로 만나기라도 한 듯, 오늘이 새것인 듯,
반갑게 서로가
쨍! 잔을 부딫치는 것이었다
(감상)
외삼촌에 대한 사랑이 참으로 각별한가보다
빈집을 이리도 구석구석 세밀하게 살피고 얼마나 눈시울을 적셨을까
어렸을적에 외삼촌이 각별하게 좋았던 기억은 나에게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마치 가족처럼 함께 산 듯 하다
중앙시장 파, 배추장사를 하던 기억까지 알고있다니 어려서 삼촌 품에 안겨 자란 듯도하다
묘 이장 때에도 필히 참석한 그녀를 삼촌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귀엽다,
고맙다, 빛으로 쓰다듬어 주었으리라.
신지혜
서울출생
2000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밑줄」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최우수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
뉴욕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신문,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월드코리안뉴스 및 다수 신문에 좋은시 고정 컬럼연재
세계계관 시인협회(upli) 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member
2020년 「시집 토네이도」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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