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좋은시 읽기>
뉴욕에 거주하는 재미시인의 시 한 편을 소개하겠다.
무색의 둥그런 선 안에 갇힌
물의 무게를 나는 짐작할 수 없다 그러나
그렇게 작은 살 속에도 피가 흐르고 뼈가 있어
세상으로 닿는 길목, 씨 하나를 심는다
겹겹의 눈빛 사이로 만상이 스러지고
찬바람의 손바닥에 얻어맞아도 해체되지 않는
그 팽팽한 표면장력,
서릿발 치는 하늘 몇 장이 젖은 몸 안으로 들고
둥글게 부풀어오른 정적이 잠시 숨이 멎는다
그 어느 날,
쩍쩍 입 마른 벌판의 살갗 속으로
지분지분 스며들면서 천지간
푸르러지는 여름 江,
마침내 실로폰 소리처럼 튕겨오르는
경쾌한 웃음소리가
꼬깃꼬깃한 시간의 주름살을 팽팽히 다려놓는다
나도 그렇게 작은 물방울 하나로
기스락 끝에 매달려 있다
투명한 씨방 속, 무수한 뿌리를 늘인다
둥그런 씨앗 하나가 시방 탱탱히 영글고 있다
ㅡ신지혜 시-‘물방울 하나가 매달려 있다’전문.
사물을 면밀히 바라보는 투시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적당한 추상적 표현들이 능란하게 이미지화 시키는데도 성공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팽팽한 표면장력' 이 그것인데, '서릿발 치는 하늘 몇 장이 젖은 몸 안으로 들고 / 둥글게 부풀어 오른 정적이 잠시 숨이 멎는다'고 했다.
'물방울 하나에 온 생명과 우주가 번뜩인다. '천지간 / 푸르러지는 여름 江, / 마침내 실로폰 소리처럼 튕겨오르는 / 경쾌한 웃음소리'라는 상상력도 그러하거니와 시인이 '나도 그렇게 작은 물방울 하나로 / 기스락 끝에 매달려 있다'고 했는데 자신의 내면세계로 끌어들이며 존재론적인 방식으로 생명의 원천임을 일깨워주고 있다.<서지월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