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

제목신지혜 시집 [토네이도]나의 아트만에 대한 변명/신지혜, 거주 증명서/신지혜 -- 김 영수 시인2021-02-17 14:17
작성자
2020.10.30

나의 아트만에 대한 변명/신지혜

화두도 성가시다
그저 면벽한다
어떤 놈이 장승처럼 우두커니 여기 앉아있는가
이놈이 누구인가 이놈이 대체 어디서 온 놈인가
어떤 놈이 나로 하여금 이놈 지켜보게 하는가
어떤 놈이 내게 이것저것 말하고 듣게 하고 어떤 놈이
내게 이래라저래라 끌고 다녔는가
서로가 쏘옥 빨려들 듯
저쪽에서 나를 노려보는 놈과
이쪽에서 건너다보는 놈과
무슨 관계인가
쌍방 빈틈없이 영혼과 육신이 딱 핀트가 맞아떨어졌는가
이놈 부르면 저놈이 네, 대답하고
저놈 부르면 이놈이 네, 대답하고
똑같이 생긴 이놈들은 대체 어떤 놈들인가
두 시선이 끊어질 듯 팽팽하다
일거수일투족 똑같이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고 웃고
동고동락하는 이놈들 그릇 크기와 깊이도 똑같다
어쩌다 둘이 한판 난장 벌이다가 고요 한 사발 하며 허허,
어수룩하게 마주 보고 웃어젖히니
이놈들 내 아트만 한 쌍, 참말 아무런 죄가 없다

<나의 아트만에 대한 몇 가지 변명/신지혜>


오래 전에 심신이 쇠약하여 '선법무술관'을 찾은 적이 있었습니다. 고려대 가까운 곳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숙식하며 호흡법을 배웠습니다. 호흡법을 배우며 내공 외공도 흉내내고 있었지요. 이따금 단식도 하면서 조금씩 깨어났습니다. 날마다 맨 먼저 하는 일은 '반야심경'을 염불 드리듯 읽는 것이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은 '색즉시공 공즉시색 불생불멸 무안이비설신의' 이런 말들입니다. 여러 달을 날마다 읽으니 모르면서 묘하게 좋아지더이다.오랫동안 기억의 저편에 있던 말들이 시집 '토네이도'를 읽으며 어떻게 새벽빛같이 다가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작품들이 그것을 연상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만 더 자세히 말하면 '픽셀의 세계'를 읽고 '나의 아트만에 대한 몇 가지 변론'에 이르러 떠올랐습니다. 우선 아트만이 무엇인지 찾아봤습니다. '인간 존재의 영원한 핵'이라고 국어사전이 일러주네요. 인간 존재의 영원한 핵이라? 이것을 몇 번이고 되뇌어보니 궁금한 채로 좋았던 저 말들이 좀 더 가까이 왔습니다. 사실 시집 한 편 한 편이 저에겐 화두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변 광활한 우주 공간을 주름잡는 상상력을 먼저 생각하다가 시인의 지혜를 보게 되었습니다.이승과 저승을 넘나들고, 생명의 근원을 들여다보고, 물에서 여러 존재의 체를 보아내고, 삼라만상이 한 그릇 모둠탕으로 끓어지는 곧, 산과 바다, 붉은 것 푸른 것 뾰족한 것이며 귀하다 천하다 더럽다 깨끗하다가 한 가마솥으로 끓여야 돌아가는 막무가내 우주 시스템을 보아내는 시인! 마침내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각뿐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것들이 어찌 지혜 없이 상상력만으로 가능하겠습니까. 섬광 같은 직관과 지혜의 자유를 보았습니다. 마침내 시적 경전입니다.


거주 증명서 / 신지혜

지상의 모든 그림자들은 침묵으로부터 왔다 아무리
모질게 아파도 그들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먼 겨울 하늘,
춤추며 혼자 발을 내리는 눈송이
시린 햇빛에 등 기댄,
우두커니 풀밭에 앉아있는 홈리스 고양이
철조망 아래 그림자 떨구고 빠알간 발가락으로
잔뜩 철조망 움켜쥔 괭이갈매기
내게 안부 묻고 넓은 등 보인 칸나 꽃들
그들은 모두, 떠나갈 때
자신의 그림자 말끔히 거두어 간다
누가 내 존재를 갑자기 불심검문한다면
나는 서슴없이 내 그림자 한 장 꺼내 제시할 것이다
'이 지구별 거주 증명서 한 장'

나는 시시때때로 쓰러지는 내 그림자 일으켜 세우며
너덜너덜 해진 그림자 한 벌 다시 꿰매어 입고
마지막 안간힘 쓰기도 하였다
내 그림자는 단 한 벌 뿐이다
내 육신으로 만든 단 하나의 인장이며,
이 지구별 유일무이 거주 증명서인 것이다.


*시집 토네이도 발간을 다시 축하 드리며 건강과 문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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