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의 詩가 있는 아침] 내가 고맙다 / 신지혜 . 자신에게 두 무릎 꿇고 자신에게 절해 본 적 있으신지요 누가 뭐래도 자기 자신만큼 가까운 베스트 프렌드는 없지요 병실에 누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후회하는 것, 우주를 연 것도 나이며, 우주를 닫는 것도 나인데요 내 육신에게 늘 고맙다는 칭찬 한마디 해준 적 없어 내 심장아, 위장아, 간아, 허파야, 신장아, 비장아, 대장아, 소장아, 두 팔다리야, 안이비설신 아, 애썼다고 내가 눈뜬 이래 한시도 쉬지 않고 나를 보존하고 나는 몸이라고 불리는 체(體)의 지배를 받아왔다. 나는 내 의지와는 다른 결과를 맞이할 때가 있었다. 컨디션의 주기, 스트레스, 신체 호르몬의 분비 등으로 몸은 영혼을 감금하는 장치라는 얘기에 일부 동의한다. 어떤 행자(行者)는 "몸은 갈아입는 옷에 불과하다"며 수행의 과정임을 주장한다. 이런 현상은 '나'를 이루는 일부이며 노쇠하는 육체는 배움의 여정이다. 시인의 감사함에는 동등한 가치에 대한 만물제동(萬物齊同)이 묻어난다. (박용진 시인/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