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끊기자 낯설고 무서운 어둠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쳤다 더듬더듬 켜다 남은 양초를 찾아 서둘러 성냥을 그었다 어둠이 찢기면서 사방 스파크가 일었다 촛불은 칼날을 갈더니 실내에 침입한 어둠 하나씩 베어 넘어뜨렸다 힘센 어둠이 가끔씩 저항하는지 촛불이 격렬하게 푸드덕 거렸다 어느 틈엔가 겁에 질린 적막은 방구석으로 몸을 피한 채 말없이 떨고 있었다 나의 촛불은 전사처럼 위대했다 어둠들 하나둘씩 항복하며 그에게 매달려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가 만들어준 노오란 타원형 막사 속에서 나 그의 펄럭이는 얼굴 우러러 경의를 표했다 그는 고대 어느 족장처럼 머리 위 깃털 나부끼며 내게 전설을 들려주었다 목숨 걸고 부족을 지켜내었던 이야기, 집채만 한 코뿔소를 피투성이로 넘어뜨린 이야기, 도둑처럼 몰래 침입한 가난들 멀리 내쫒은 이야기 그가 들려주는 행운을 불러오는 주문, 병마 물리치는 주술, 간절한 염원 담은 진언까지 나 줄줄이 따라 외웠다 방구석의 적막도 어느새 다가와 내 무릎 위 곤한 잠이 들었다 그가 내 뼈 아픈 슬픔을 요람처럼 잔잔히 흔들어 주었다 삶이란 불시에 정전이 되기도 하지, 하지만 그것은 찰나이고 말고 나는 내 가난한 심지 활활 태워 그 전설 속으로 녹아들 때까지, 격전지 출전하는 전사처럼 그와 함께 맹렬히 타올랐다 (감상)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과 팽팽한 긴장이 동원되고 손에 땀을 쥐게하는 생동감이 동원된다 ing형으로 이어져 있으므로 독자들은 셰에라자드 작품 여러편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은 기분을 느낄것이며 또한 첫연 쪽은 찰스디킨스 작품 크리스마스 스크루지영감 배경으로 신 시인님의 시어를 사용 했더라면 더 큰 대박을 쳤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이 작품이 늦게 나온 것이 너무 아쉽다 시에는 주제와 배경의 제한이 없으므로 이렇게 촛불을 바라보며 상상하는 것도 신지혜 시인만 할수있다고 생각된다 한 편의 시에서 이런 발상을 구상해 내는 것도 그녀의 몫이니 역시 그녀의 시세계는 감동과 전율 덩어리로 뭉쳐있음을 알수있어 좋고 그녀에게 갈채를 보내며 나는 그녀의 시세계에 반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출생 2000년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 200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밑줄」한국문화예술 위원회 우수문학도서 선정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최우수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 서시 해외작가상 뉴욕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신문,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월드코리안뉴스 및 다수 신문에 좋은시 고정 컬럼연재 세계계관 시인협회(upli) 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member 이메일shinjihyepoet@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