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강타한 토네이도 너는 처음에 무화과나무 밑에서 부스스, 가느다란 실눈을 떴지 고요해서 숨이 막혀요 너는 이따금씩 울부짖었지 너는 마침내 홀로이 길을 떠났지 너의 가느다란 휘파람으로 들꽃의 울음 잠재워주곤 했지 나 자신이 누구야, 대체 누구란 말이야, 너는 외로움 씨눈 하나 빚었지 너는 천천히 스텝을 밟게 되었지 누군가 너를 상승시켰지 점점 격렬해졌지 벌판 들어 올리고 내려놓으며 바다 철버덕 내리치며 빙글빙글 도는 동안, 휘말리는 대지, 바다, 허공이 너에게 자석처럼 달라붙었지 네 몸이 점점 부풀어 올랐지 루핑들이, 입간판들이, 너의 손을 잡고 달려주었지
너도 처음엔 아주 미세한 숨결이었어
무화과나무 그늘 밑에서 겨우 부스스 눈을 떴어
처음부터 토네이도로 태어나진 않았어
토네이도는 캔사스주 들판을 송두리째 뒤엎고 스스로 숨을 거두었다
할딱이는 가느다란 숨결은 나뭇잎 한 장 뒤집을 힘도 없이
어느 오후 공기의 대열 속에 틀어박혀 고요한 공기 눈알이 되었다
마치 한 사람의 격렬한 인생처럼, 치열하게 광란하던 한 시절만이
벌판의 전설이 되었다
---신지혜 시인의 [토네이도]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