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코노 산속 어느 허름한 집 처마 끝 매달린 풍경 하나가 요란합니다 어디서 온 바람인지,전할 말 있다는 듯 뎅뎅 종을 칩니다 어찌나 그 음의 소릿결 파문 허공에 오래오래 번지는지 박차오르는 풀숲의 새 떼도 소릿결 따라 밀려가며 번집니다 빽빽한 골짜기 나무들 일제히 한쪽으로 고개 숙이고 머리칼 정갈하게 빗겨 번지는데 바위틈 그늘 밑 잡초들도 귓바퀴 둥글게 열어 번지며 꽃들은 나무들에게 나무들은 달에게 달은 별들에게 천지사방 소릿결 전합니다 산 아래 아득히 납작 엎드린 마을 지붕들 힘들지, 일일이 머리 쓰다듬으며 따뜻한 파문이 번집니다 먼저 출발한 둥근 파문의 고리 위로 뒤에 출발한 둥근 고리가 정연하게 뒤따릅니다 어느 고리도 앞서거나 겹쳐지지않고 제각기 도를 지킵니다 저편 세상 벽을 치고 돌아온 고리들이 다시 어미 종 향해 한 줄 두 줄 되돌아 옵니다 종은 제가 낳았던 소리를 다시 품에 받아 안습니다 나 여기 살며 무심코 툭툭 내놓은 언행의 파문, 천지사방 한 바퀴 두루 돌아 내게 다시 귀환 하는 것 풍경소리 듣고 깨닫습니다 삼라만상이 함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것 나 비로소 되새깁니다 ***감상*** 시편들을 해설하거나 해석이 필요 없는 시편이네요 작년에 우리시 여름 시인학교를 부여에서 치루었습니다 천년고도의 그 흔적들이 비교적 잘 남아있어 좋았습니다 고란사 종을 쳐 보았습니다 웅장하고 장엄한 그 소리는 삼라만상이 엄숙하게 경배하며 받아들이는 표정들이었습니다 지금 이 시처럼 자연들이 받아들이고 다시 메아리로 들어 오는 듯 하더군요 신지혜 시인의 시편들은 결코 어지럽거나 난잡하거나 그렇다고 서툴지도 않고 질서정연 합니다 도를지키는 시어들이지요 잘난 것 들도 못난 것 들도 그의 손 안에서는 겸손하고 얌전 해 지고 온순 해 져서 나옵니다 처음 경험 하는 설레임으로 시편들을 읽는 행복 그저 시인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