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뒤뜰에서 보았습니다
이슬 한 방울 제 등짝에 짊어지고
온몸에 잔뜩 힘을 모은
풀잎 한 가닥 보았습니다
어찌나 안간힘을 쓰던지
이파리 온몸이 풀 먹인 듯 빳빳합니다
제 이슬 한 방울이 대체 무엇이길래
제 몸 휘는 것도 모자라
온 아침을 팽팽하게 다 휘게 하는 걸까요
나 가만히 짐작해 보았습니다. 언제나
날 떠받치고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그의 마음도 그렇겠지요
나 오늘은
저 조용한 이슬 속에 들어
둥글고 편안한 그의 등짝에 납작 엎드려
그의 숨막히는 긴장을 가늠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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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풀잎 하나에게도 온 힘 다해 이슬을 지고 버티는 근성 있습니다. 함부로 내려놓지 않으려는 의욕과 꺾이지 않으려 휘는 소리, 돌아보니 지천에 견디는 소리 가득하네요. 그대를 업고 오늘은 저도 한껏 휘어지렵니다. 잘 휘어 팽팽한 그리움 잘 궁글리렵니다.(권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