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탄 폭포
소년이 떨며 입술을 부빌 때, 숫사자가 암사자 등위로 타고 오를 때, 바로 저 숨 막히는 폭포이겠다 덮치는 사랑은 위험하다지만 번뜩이는 파란 물빛, 이내 슈크림 빛으로 변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익사하겠다 진주알 한 줄씩 꿰어 주렴으로 늘어지는 물줄기 속으로, 그 자궁 밖으로 헤엄쳐 나오는 주먹 쥔 신생의 울음소리 메아리치겠다
4천 미터 만년설산에서 오월 늦은 봄에야 녹아내리는 눈덩이들, 꺾임없이 석회암 골짜기로 돌진하는 진주알갱이 물줄기들, 협곡 절벽에 부딪칠 때마다 흰 거품을 물며 제 상처를 혀로 핥는 물방울들, 서로 얼싸안다가 부서지고 다시 무너지며 더 단단한 둥근 몸이 되는 저 거친 사랑의 행위,
천천히 깊어지는 웅덩이 물색이 더 파란 이유를 몰랐다
접고 접은 시간의 편린이 푸르게 사랑의 이끼를 키우는 걸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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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당신은 가장 힘센 이 폭포에 시각 청각은 물론, 온 마음을 붙잡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 시는, 역동적이면서도 신비한 생명의 ‘진주탄 폭포’인 것이다.
어찌나 역동적인 폭포인지, ‘숨 막히는 폭포’이자, 그것은 다시 ‘슈크림 빛으로 변하는 부드럽고 달콤한 유혹에 빠져 익사하겠다 진주알 한 줄씩 꿰어 주렴으로 늘어지는 물줄기 속으로, 그 자궁 밖으로 헤엄쳐 나오는 주먹 쥔 신생의 울음소리가 메아리치겠다’라고 시인이 묘파한다.
진주알갱이 물줄기 속에서 신생의 울음소리를! 물이 모든 생명의 원천임을, 그리고 ‘4천 미터 만년설산에서 오월 늦은 봄에야 녹아내리는 눈덩이들,’ ‘석회암 골짜기로 돌진하는 진주알갱이 물줄기들’ ‘협곡 절벽에 부딪칠 때마다 흰 거품을 물며 제 상처를 혀로 핥는 물방울들, 서로 얼싸안다가 부서지고 다시 무너지며 더 단단한 둥근 몸이 되는 저 거친 사랑의 행위’라고 시인은 비유한다.
또한 폭포의 움직임 하나 하나 섬세하고 명징한 과정들은 그 어떤 드라마틱한 영상이나 사진보다도 더 입체적이며 실재적인 대 장관의 압권이다. 물의 역동적인 영원한 생명성과 이 세계를 지탱하는 원천의 비경을, 시인은 중후한 시적 내공과 심도 깊은 성찰로서 일갈한다.
더욱이 ‘천천히 깊어지는 웅덩이 물색이 더 파란 이유’가 바로 ‘접고 접은 시간의 편린이 푸르게 사랑의 이끼를 키우는’ 것이라니! 이 시의 절창과 그 통찰의 깊이에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금용 시인은 동국대 국문과 졸업. 중국 베이징 중앙민족대학원 중국문학과 졸업. 1997년 『현대시학』 등단. 시집으로 『광화문 쟈콥』 『넘치는 그늘』 『핏줄은 따스하다, 아프다』, 중국어번역시집 『문혁이 낳은 중국현대시』 나의 시에게』 김남조중역시선집 오늘과 내일』등 다수가 있으며, 펜번역문학상, 동국문학상, 산림문학상, 손곡문학상을 수상했다. 한국번역문학원 번역기금 수혜, 세종우수도서(2015) 선정.
필자소개
《현대시학》으로 등단, 재외동포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미주시인문학상, 윤동주서시해외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세계 계관시인협회 U.P.L.I(United Poets Laureate International) 회원. 《뉴욕중앙일보》 《미주중앙일보》 《보스톤코리아》 《뉴욕일보》 《뉴욕코리아》 《LA코리아》 및 다수 신문에 좋은 시를 고정칼럼으로 연재했다. 시집으로 밑줄』문화예술위원회 우수도서>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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