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

제목[뉴욕일보]<시로 여는 세상>말들의 후광/김선태.2019-07-19 21: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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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21 09:30 | HIT : 4,303 | VOTE : 352



[시로 여는 세상]




말들의 후광


김선태

 
세상 모든 것들은 서로의 관심 속에서 빛이 나는 것인가.


 오랜만에 뿌옇게 흐려진 거실 유리창 청소를 하다 문득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이 거느린 후광을 생각한다.


 유리창을 닦으면 바깥 풍경이 잘 보이고, 마음을 닦으면 세상 이치가 환
해지고, 너의 얼룩을 닦아주면 내가 빛나듯이


 책받침도 문지르면 머리칼을 일으켜 세우고, 녹슨 쇠붙이도 문지르면
빛이 나고, 아무리 퇴색한 기억도 오래 문지르면 생생하게 살아나듯이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얼굴빛이 밝아지고, 아픈 마음을 쓰다듬으면
환하게 상처가 아물고, 돌멩이라도 쓰다듬으면 마음 열어 반짝반짝 대화
를 걸어오듯이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같은 말들 속에는
 탁하고, 추하고, 어두운 기억의 저편을 걸어 나오는 환한 누군가가 있다.


 많이 쓸수록 빛이 나는 이 말들은
 세상을 다시 한번 태어나게 하는 아름다운 힘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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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간 관계가 소원했거나 삶의 난황에  떨고 있는 이거나, 외롭거나, 아프거나, 닦고 문지르고 쓰다듬어 본 적 있는가.  세상에 정성 없이는 서로가 빛나지 않는 이 삶의 관계들, 생을 직격으로 꿰뚫는 이 아름다운 시의 '닦다, 문지르다, 쓰다듬다' 라는 의미야말로 풋풋한 싹을 피워내는 빛나는 마법의 주문 같은 말 , 황금 물질이 전부가 아닌 이 세계, 마음으로 광을 내고 서로를 닦아 준다면 바로 이 세상에 도래한 그 천국이며 극락정토 아니랴.

김선태 시인은 전남 강진 출생 1996년『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간이역><작은 엽서><동백숲에 길을 묻다>및, 연구서<김현구 연구>와 문화기행서 <강진문화답사기>등이 있다. 현 목포대 국문과 교수.


<신지혜. 시인>


/www.goodpoem.net

 

[뉴욕일보]2008년 12월 15일(월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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