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18 01:26 | HIT : 4,209 | VOTE : 412
[시로 여는 세상] 슬픈 갈비 임창현 나이를 먹어 귀 순해지니 세상 것 다 순해지네 지나가는 바람 한갓 풀잎 손짓에도 그저 문 다 열어주고 싶어 자두 복숭아 떨어지는 소리 굴리고 오는 쉰 살 먹은 추억 생각하면 그리움도 설움이지만 간밤에는 갈비를 억수로 먹었네 허기진 지각으로 무진장 씹어댄 갈비 어쩌자고 그렇게 많이 먹었을까 그런데 깊은 밤 날 새도록 잠 오지 않아 다음날도 하루 종일 우울했네 슬픈 소를 많이 먹어설까 생전 매 맞고 일 너무해 슬프게 살았던 소였었나? 갈비 한 대 빼고 사는 나 내 갈비 하나 얻어 사는 너 우리도 다 얻어 사는 삶, 외양간 세상 나도 하늘 머슴 살지 슬픈 소갈비 먹은 날 슬픈 소와 슬픈 나 --------------- 인간과 소의 인연은 참으로 오래되었다. 인간의 양식을 일구어 주는 일은 물론 사후까지도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보시해주는 것이 소 아니던가. 시인은 ‘우리도 다 얻어 사는 삶, 외양간 세상’ ‘나도 하늘 머슴 살지’라고 아픈 생을 조응하고 공존한다. 외양간에서 물끄러미 어스름을 담아내던 순한 소, 눈물 흘리는 소를 본적이 있다. 인간이 소에게 빚을 지고 사는 일 아니던가. 임창현 시인은 전북 군산 출생. 중앙대학교 법정대학 졸업. 시집으로<그리고 또 그리고><추억은 팔지 않습니다><워싱턴 팡세><우리에겐 블랙박스가 없다> 및, 시선집 <블랙박스>등 다수 영시집 및 수필집이 있으며 평론집<아니무스의 변명><궁핍한 시대의 아니마 1.2>가 있다. 워싱턴문인협회 창립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조선시문학상, 재외동포문학상, 펜문학상, 재미시인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09년 12월 7일(월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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