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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세상] 내 마음의 협궤열차 이가림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장난감 같은 내 철없는 협궤열차는 떠난다 너의 간이역이 끊어진 철교 그 너머 아스라한 은하수 기슭에 있다 할지라도 바람 속에 말달리는 마음 어쩌지 못해 열띤 기적을 울리고 또 울린다 바다가 하늘을 삼키고 하늘이 바다를 삼킨 날 해안선 끝 파란 영원 속으로 마구 내달린다 출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히고 마는 내 철없는 협궤열차 오늘도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 은하수를 향해 떠난다 ------------ 첫 새벽이나 저물녘을 배경으로 목청껏 빈 허공을 가르던 그 아련한 협궤열차! 한 해의 끝에 서서 잠시 이 시를 음미해보라. 이 협궤열차는 인생과 삶의 근원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것임을, 이 시인은 예리한 직관력과 통찰로써 그 생의 중심을 꿰뚫어 우리에게 정겨운 노래처럼 들려준다. 지난 추억들을 반추해보면, 철없던 생의 순간들이 기차처럼 덜컹이며 무수히 내달리지 않았던가. 우리가 서있는 지금 여기는 바로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 인 것이다. 이 시엔 저 은하수를 향해 달려가는 자로서의 쓸쓸한 우수와 아릿한 그리움의 물살무늬가 가득히 일렁이고 있다. 이 지상에서의, 실존의 시간들 속에서 고즈넉한 먼먼 어디쯤에서 또다시 귀에 익은 협궤열차 소리가 점점 가까이 들려올 듯 하다. 이가림 시인은 만주 출생 성균관대 불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 프랑스 루앙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학위 수료, 1966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빙하기><유리창에 이마를 대고><순간의 거울><내 마음의 협궤열차>가 있으며, 수필집<사랑, 삶의 다른 이름><미술과 문학의 만남>, 번역서<촛불의 미학><물과 꿈><꿈꿀 권리><순간의 미학>등이 있다.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후광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09년 12월 14(월)일자 신문. 2009·12·18 01:37 | HIT : 4,237 | VOTE :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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