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25 00:42 | HIT : 4,282 | VOTE : 355
뉴욕일보』
[시로 여는 세상] 나무를 위한 예의
나태주 나무한테 찡그린 얼굴로 인사하지 마세요 나무한테 화낸 목소리로 말을 걸지 마세요 나무는 꾸중들을 일을 하나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는 화낼만한 일을 조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나무네 가족의 가훈은 <정직과 실천>입니다 그리고 <기다림>이기도 합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싹을 내밀고 꽃을 피우고 또 열매 맺어 가을을 맞고 겨울이면 옷을 벗어버린 채 서서 봄을 기다릴 따름이지요 나무의 집은 하늘이고 땅이에요 그건 나무의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때부터의 기인 역사이지요 그 무엇도 욕심껏 가지는 일이 없고 모아두는 일도 없답니다 있는 것만큼 고마워하고 받은 만큼 덜어낼 줄 안답니다 나무한테 속상한 얼굴을 보여주지 마세요 나무한테 어두운 목소리로 투정하지 마세요 그건 나무한테 하는 예의가 아니랍니다 ---------------- 인간이 대자연을 점거한 이후, 나무들 역시 한시도 편안할 날이 없다.'정직과 실천'으로 올곧게 살아가는 저들에게 인간이 무엇이라 운운할 것인가. 지구 형성의 이래로, 이 자연만물이야말로 인간과 주객이 바뀐 채 그간 문명이 휘둘러온 마구잡이 행태로 무한한 생태계가 무차별 파괴되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자연에게 도무지 고마워 할 줄 모르는 잘못된 인간의 마음이여, 그것은 실로 '저 나무한테 하는 예의'가 절대로 아닌 것이다. 나태주 시인은 충남 서천 출생. 1971년『서울신문』신춘문예로 등단. 시집으로 <대숲 아래서><막동이 소묘><누님의 가을><풀잎 속 작은 길><산촌엽서><눈부신 속살>및 다수가 있으며, 흙의문학상,충청남도문화상,현대불교문학상,박용래문학상,시와시학상,편운문학상,한국현대시인협회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뉴욕일보』2009년 3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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