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 <시와의 대화> 동천(冬天) - 미당 서정주2019-07-18 20: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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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5:27 | HIT : 813 | VOTE : 213

  <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동천(冬天)......미당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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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동천(冬天)-서정주



동천(冬天)



미당 서정주





내 마음속 우리 님의 고은 눈섭을



즈문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육필 원본판 옮김




**********




신지혜

시인



 겨울밤이다. 차갑고 시린 동천이다. 저렇게 서늘한 슬픔으로 온밤을 다 몸서리치도록 빛으로 채우는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어찌하랴.

 마음속에다 심어 두는 것으로도 모자라 천년동안 그 눈썹을 맑게 씻어서 차가운 동천에 심어놓고 두고두고 보며 영원불멸의 경지로 승화시키고자한다.

 그 천상의 하늘은 깊고도 푸르러서 얼음 우박이라도 금세 쏟아져 내리지 않겠는가. 매서운 새마저도 그를 짐작하여 비끼어간다고 한다. 즉 영원무구한 존재의 '우리 님'은 천상의 절대적인 상징적 사랑으로 자리한다.

 초승달은 곧 만월로 향하게 되고 다시 완성적 사랑의 불교적 윤회를 번복하며 완전한 무한대의 영원으로 치닫게 된다. 여기선 감히 인간이 가름하는 시간의 단위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소멸하지 않는 영원한 우주적 시간대의 상징으로 고고한 정신적 외경으로 하여 그대로 형형하게 떠 있을 뿐이다. 감히 지각될 수 없는 독특한 시적 상상의 자유로움으로 동양적 아름다움과 심미적 경지를 드러낸 이 시는 오랫동안 뇌리 속에 서늘한 상징으로 자리매김 하리라.

 이 시는 고고한 독보적 사유로 우주론적 공간을 아무런 걸림도 없이 자유자재의 상상력으로 넘나들며 초월한다. 완숙한 상상력의 한 경지를 드러내며 심화된 서정의 빛을 밝게 내뿜는다. 그 깊고도 푸른 동천에 그 님은 아프고 시리도록 빛을 발한다.



 서정주 시인은 (1915-2001) 호는 미당. 전북 고창 부안 출생. 동아일보 신춘문예(1936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화사집' '귀촉도' '동천' '국화 옆에서' '질마재 신화' '미당 서정주 시전집' 및 다수의 시집이 있다.
 


뉴욕중앙일보.입력시간 :2005.;03.26.3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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