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01 13:59 | HIT : 1,054 | VOTE : 179 |
| | NY>오피니언>사설 <시와의 대화>실종-김왕노
실종
김왕노
내가 내게서 사라졌다 아무리 문 열어 놓고 기다려도 내게로 돌아오는 내 기척 발소리 들리지 않는다
화사한 햇살 하루종일 퍼부어도 그늘인 나는 텅 비어 있다
거울을 닦고 또 닦아 보아도 보이는 것은 빈 껍질, 허물뿐이다
날마다 뜨거운 생의 입김 힘차게 불어보아도 내 뺨에 와 닿는 건 내가 내게서 사라졌다는 차가운 상징
하염없이 문 열어놓고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는 나
******** 신지혜
시인
나는, 어디로 종적을 감추어 실종된 것일까. 거대한 문명에 반비례하여 개인 존재의 실상은 급격히 상실되고야마는 이 부조리한 시대에, 시인은 말한다. '그늘인 나는 텅 비어 있다'고 한다. 사실 허울뿐인 실존일 뿐, 제대로 내 꿈과 의지대로 이 세상을 살고 있는지. 이시는 자신을 뒤돌아보게끔 한다. 비대한 물질 문명 속에서 이리저리 치우쳐 살며, 공허한 허깨비처럼 살아가야 하는 우리의 슬픈 페이소스가 여기 있다. 군중과 시류에, 혹은 세태의 현란한 유혹과 자의가 아닌, 페르소나적 삶을 입고 떠내려가는 사이, 어느덧 자아 본연의 모습은 사라져버리고 마침내 텅 빈 자아만 남게 되고야 마는, 그것이 곧 이 시대의 초상일 터이다. 빈 껍질로서 살고있는 우리의 실상과 위치는 과연 행복한 것인지를, 이 시는 다시금 자각케 한다. 시인은 부재라는 그 차가운 상상을 넘어서 진정한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자 하며 그 섬세한 존재론적 응시로 선명한 존재탈환의 빛을 뿜는다.
김왕노 시인은 1957년 포항출생. '매일신문'신춘문예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슬픔도 진화한다'가 있다. 한국해양문학상대상을 수상했다.<신지혜.시인>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각:2004.09.21.1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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