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한 호흡-------문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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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한 호흡-문태준
한 호흡
문태준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제 몸을 울려 꽃을 피워내고
피어난 꽃은 한번 더 울려
꽃잎을 떨어뜨려버리는 그 사이를
한 호흡이라 부르자
꽃나무에게도 뻘처럼 펼쳐진 허파가 있어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한 호흡
바람에 차르르 키를 한번 흔들어 보이는 한 호흡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처럼
그 홍역같은 삶을 한 호흡이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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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지 혜
시인
이 시에서처럼, 한해와 한해 사이가 한 호흡처럼 지나간다. 인생과
인생사이, 꽃이 피고 지는 그 사이, 꽃잎 떨어지는 그 사이, 꽃나무에게
썰물이 왔다가 가버리는 그 사이, 이 호흡들의 시간적 공간은, 물론
짧다면 짧은 시간적 개념의 한 호흡에 불과할 것이다.
예순 갑자를 돌아나온 아버지도 역시 한 호흡에 이른다. 그러나 우주
무한의 눈으로 보면 극히 무한한 시간일 뿐인, 영원한 시간적 개념을
함의하고 있다.
생명 있는 존재들의 특성은 호흡으로서만 존재하므로, 이 시는 모든
살아있는 순간을 오직 한 호흡으로서 통쾌하게 일갈한다. 삼라만상의
걸음걸이가 길고 짧다는 범속한 인식마저 불식시킨다. 오직 모두가
한 호흡일 뿐이라 일러준다. 즉 무한 광대한 우주의 눈으로 측정하자면,
생물들이나 한 사람의 생이거나 모두 짧은 한 호흡으로서 이루어졌을
뿐이라니, 이 얼마나 화통한 비의인가. 명쾌한 종소리같은 울림이
잔잔하게 번진다.
문태준 시인은 1970년 경북 김천 출생, "문예중앙(1994)으로 등단. 시집
으로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이 있으며, 동서문학상, 노작문학상을 수상했
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4.12
입력시간 :2004.12.28. 1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