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 새 천년의 식탁 - 김남조2019-07-18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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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01 15:13 | HIT : 778 | VOTE :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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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새 천년의 식탁-김남조(32)



새 천년의 식탁



김남조



새 천년에도

기도는 전날과 같으나이다

사랑의 누룩으로 부풀고

거룩한 불에 구워진 빵을

저희의 식탁에 허락하시되

저희 마음도 맛있는 빵이




 

되어

서로 나누게 하옵소서

새벽에 솟은 샘물에

이슬 한 켜 얹은 잔을

저희의 식탁에 허락하시되

저희 마음도 정갈한 식수되어

서로 대접하게 하옵소서



삼라만상 보이는 것과

흐르는 시간 안 보이는 것까지

피 순환하며 맥박 울리나이다

온 누리 주인이시며

빵과 포도주의 주인께서

저희의 상머리에 함께 계심을

꿈처럼 어렴풋이 뵙게 하옵소서



**********



신 지 혜
시인

2005년 새해다. 내가 보내지 않아도, 이 시간의 물살은 저 무한한 시간의 바다로 곧 밀려가고, 또 기다리지 않아도 거침없는 시간의 물줄기는 어느덧 곧 당도한다.
비록 새 천년이라 해도 신실한 기도는 같은, 그리하여 사랑의 누룩으로 부풀어, 저희의 식탁 위에 따뜻한 빵이 되어 서로 나누어지기를 이 시는, 간절히 기도한다. 즉 신에 대하여 낮아질 대로 낮아진 겸양과 신실한 믿음이 무한한 사랑 안에서 서로가 하나되길 소원하고 있다.
이 지상 위에서 사랑의 손길로 따뜻하게 서로 지펴지고 함께 빵을 나누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런가. 이 시는 따뜻하고 감동적인 울림의 시어들로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다.
진실한 신앙인으로서의 단아한 자세를 안으로 여미고 자성적 겸허를 맑게 드러낸다. 즉 사랑의 진실된 힘으로 함께 식탁을 빛내며 나누는, 이 아름다운 소망이야말로 읽는 이의 가슴을 빛으로 환히 채우며 심안을 밝게 한다.
'삼라만상, 보이는 것과 흐르는 시간, 안보이는 것까지 피 순환하며 맥박 울리나이다'라는 싯구처럼, 사랑으로 가득 차려진 눈부시고 따스한 식탁의 한해가 되기를, 그리하여 그 사랑의 향기가 세계 곳곳으로 물씬 번져가는 한 해의 풍성한 식탁이 되기를, 소원해본다.

김남조 시인은 1927년 대구 출생. '연합신문'(1950년)으로 등단. 시집으로 '목숨' '나아드의 향유' '나무와 바람 '영혼과 가슴' 및 다수의 시집과 한국시인협회상, 서울시 문화상, 대한민국예술상, 삼일문화상, 예술원상 등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 01. 03   17: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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