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중앙일보<시와의대화>

제목<뉴욕중앙일보>[시와의 대화]물꽃 - 이재무2019-07-18 20:41
작성자
2018·01·02 16:22 | HIT : 1,078 | VOTE : 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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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의 대화> 물꽃-이재무.(53)


물꽃



이재무




비오는 날 호수에


물꽃 핀다


수직으로 빗방울은 떨어져


수면에 동심원을 그린다


수평으로 잔잔히 퍼지는 물무늬


세모시처럼 가늘고 고운



저 아름다운 적막의 동그라미 속


누대의 시간 흐른다


소란과 수다에 지쳐


두꺼워진 몸 가두고 싶다


그리하면 한지처럼 얇아져


녹아서 형체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죄가 많아



선한 것이 눈에 불편한 사람


물꽃은 뿌리 없으니


고통도 없을 것이다


졌다 피고 피었다 지는 경이


순간의 삼매경


차마 어지러워서 땀에 전 작업복처럼


무거운 내 오후의  생


비틀거리며 흠뻑 젖는다






**********


신 지 혜
  시인


 


이 시는 비 오는 날 호수의 빗방울 속으로 빨려들게 한다.


'수직으로 빗방울은 떨어져 수면에 동심원을 그린다'그리고 떨어진 빗방울이 피워내는 동그라미 속 적막의 삼매경과 그 비경을 아름답게 보여준다.


 또한 물꽃 속에는 "누대의 시간 흐른다"라고 감지한다. 즉, 한 존재의 피어남과 스러짐 속의 사유적 깊이를 무한의 눈으로 꿰뚫는다.


 또, '나는 이미 지은 죄가 많아 선한 것이 눈에 불편한 사람 물꽃은 뿌리 없으니 고통도 없을 것이다'라고 통찰하고 있다.

 이 시는 빗방울이 피워내는 물꽃 속으로 시선이 날아가 박혀,그 과녁을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통한다. 그 물꽃의 경이로운 모습에 감동의 파문이 잔잔히 번져나간다.


 이재무 시인은 1958년 충남 부여 출생. '삶과 문학'(1983년)등단. 시집으로 '섣달 그믐''온다던 사람 오지 않고''벌초''몸에 피는꽃''시간의 그물''위대한 식사''푸른 고집'등이 있다. 제 2회 난고문학상을 수상했다.


<뉴욕중앙일보>


입력시간: 2005.05.31.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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