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지구인 명상 / 신지혜.................[현대시학] 2013년 7월호2019-07-16 21:15
작성자
2013·06·29 13:07 | HIT : 3,434
지구인 명상


  
                                  신지혜



아득히 오래 전
내가 꽃이었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꽃을 꺾지 아니합니다
내가 새였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새를 가두지 않습니다
내가 물고기였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물고기 낚지 않습니다
내가 짐승이었을 때 생각하여 함부로 짐승 해치지 않습니다



내가 미생물부터 사람 옷 입을 때까지 수 억겁 돌아오는 동안
내가 무엇은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내가 어떤 것의 어미 아비 자식은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내가 꼬리 달고 날개 달고 쫒기거나 쫓아본 적 없었겠는지요
내가 더러운 것 악취 나는 것 잔인한 것 안되어 보았겠는지요



나 여기 지구인으로 당도해
천의 얼굴 만의 얼굴 만나 조금치도 부끄럽지 아니했는지
존재와 존재의 경계너머 물질과 비물질 서로 한 몸처럼
두 뺨 뜨겁게 부빈 적 있었는지 가만 내게 묻습니다



이 생 또다시 쓰는 저녁,



저 어깨축 기울어진 지구는 여전히 나를 태운 채 삐걱이며
불변의 밀교처럼 통 우주체를 돌립니다





-[현대시학] 2013년 7월호.
#신지혜# 신지혜 시인# 지구인 명상 /신지혜# 시# 현대시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