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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나는 발 없는 발을 가졌습니다 /신지혜 -------[현대시학]2013년 7월호2019-07-16 21:16
작성자
| 2013·07·31 06:26 | HIT : 3,096
나는 발 없는 발을 가졌습니다




                                   신지혜



내가 이 지구 등에 업혀 어찌나 빨리 돌아가는 지요


아침에서 저녁으로, 다시 저녁에서 아침으로
내가 딸에서 어머니로, 어머니에서 딸로
내가 아들에서 아버지로, 아버지에서 아들로
한 나라에선 시민으로, 이 지구별에선 지구인으로
은하계에선 은하인으로, 우주에선 우주인으로
고정됨 없이 내가 이 역할 저 역할 한꺼번에 다 하던지요
그러하니 이들 중, 과연 어느 누굴 고정된 나라고 일컫겠는지요


내가 방금 전 생각에 붙어 머물 겨를도 없이
내가 방금 전 한 일 그림자 채 거둘 참도 없이
오른 발 왼발 내 발자국 새길 틈도 없이
내가 어찌나 빨리 회전하던지
나도 날 정지시킬 수 없답니다


나 저 허공에 밧줄 하나 걸지 않은 채
억대 조상과 후손 사이 내통한지
이미 누천년이 일각처럼 흘러가버렸습니다


내 발 없는 발은 시공조차 걸림없어
과거 현재 미래란 경계 없이 자유자재 떠도는 발


천지사방 어디에도 막힌 데 없어 뻥 뚫린 길들
모두 다 나의 길입니다





-2013년 7월호[현대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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