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용서한다 / 신지혜...........................계간[문학과창작]2014년 봄호2019-07-16 21:25
작성자
2014·04·26 03:38 | HIT : 3,194
용서한다

  
  신지혜



알벌은 나방의 알속에 자기 알을 낳는다 알은 커가며
나방 알을 잡아먹는다
무당벌레 천적인 기생파리는 무당벌레 애벌레에 기생하여
무당벌레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뻐꾸기는 제 새끼를 남의 둥지에 알 낳아놓고 뻐꾸기새끼들은
둥지 속 주인 새끼들 밀어 죽이고 끝까지 살아남는다
커서 여름 숲을 장악한다
우리는 이것들의 죄가 용서 되는가

기생 생활하는 이것들도 이 세상 식구라고
징벌도 없이 품어주는 게 가능한가
저 살기 위해 저지르는 이런 행위를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단 말인가

이 무법천지, 주위를 둘러보라
알벌 같거나 기생파리 같거나 뻐꾸기 같은 존재들은
우리 곁에 널려있다
회개도 없이 나날이 번성하는 부조리 세계


과연 이 세상살이 파울 범한 저들 행위
용서할 수 있을 것인가

 
하지만 나도 한때 예전에 저러했으리
나를 보듯, 내 과거 속죄하듯 용서하기로 한다 

 
용서는 징벌보다 늘 위대하다






-계간[문학과창작]2014년 봄호
#신지혜# 신지혜 시인# 용서한다 / 신지혜# 시# 문학과창작# 문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