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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물질의 끝 / 신지혜 ----------------------계간[문학과창작]2016년 봄호2019-07-16 21:26
작성자
2016·02·02 05:26 | HIT : 2,761
물질의 끝

  
  신지혜



문득 날벌레 한 마리가 탁자위에 떨어졌다
어디 부딪치기라도 했던가
1초전까지도 허공 가르던 이 날벌레 한 마리가
한 점 물질,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나뒹군다
이 날벌레에게도 종교가 있어 죽으면
천국과 지옥으로 갈릴 것인가
아무런 소속종교가 없어 버림받아 떠돌이 영혼이 될 것인가


태어나 날개 입어본 이후,
자기를 성심껏 애써 키웠을 뿐
덩치 큰 것들의 공격에 한시도 날개 접고 산 적 없던 착한 이것이
진실로 천국에 가지 못한다면 종교가 무슨 소용인가
나는 날벌레 영혼이 반짝반짝 하늘로
들려올라가는 그림 그려보았다


영혼이 육체를 벗어버렸던 것인가
육체가 영혼을 해방시키고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인가
그래 이 세상이 제시한 규칙에 적응하기 힘들고
생은 매우 고단했을 것이다
더 이상 날지 않아도 될 날개는 떼어버리거나 구겨버려도 좋았다


딱딱하게 말라가는 이 작은 물질 한 점이
타오르던 목숨 조용히 닫고 혼자 식어 가는 단막극 지켜본다
누구도 그가 한 세상 최선 다해 살며
동분서주했다는 사실 알지 못한다 할지라도
나는 그 피묻은 슬픔의 모두를
휴지로 지그시 눌러 완전하게 마감해주었다


이 물질의 전쟁같은 수고로움이 끝난 후,
투명은 감쪽같이 그 빈 자리를 정성껏 덧칠해주었다


계간 [문학과 창작]201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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