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05 14:10 | HIT : 4,4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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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동두천
신지혜
길 건너편에 살고있는 하인즈씨,
오늘도 그는 휠체어를 타고 문밖에 나와있었다.
그는 한국전에 참전했다가 두 다리와 한쪽 귀를 잃었다
정확히 동두천이라 했다
총알이 관통한 두 다리를 잘라야 했다
천만다행 총알이 스쳤다는 그의 얼굴은
밀반죽을 으깬 듯 왼쪽 귀가 뭉개져 있었다
캄캄한 봉분이라도 마악 열고 나온 듯, 앙상한 손가락 가늘게 떨며,
그가 나를 보자마자 또다시,
동두천 필름을 돌려주기 시작한다
-그때 동두천에서 우리 부대가 중공군에게 쫓기고 있을 때였지.
피난민은 개미행렬처럼 끝이 없었지 그때 그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논두렁, 밭두렁에 수수이삭처럼 목숨들이 픽픽 쓰러졌었어-
회상하는 그의 눈 속 바람이 일었다
포연 속 총알을 뜷고 다시 살아난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고,
몸뚱이 반 토막뿐인 그는 다시 내 손을 움켜잡는다
자신의 몸뚱아리가 반동강이 일지라도,
새벽마다 두 눈 뜨게되어 늘 고맙다 한다
그 흔한 공기, 물, 햇빛에게도 고마워 눈물난다고,
흐린 잿빛눈알 속, 에게해 같은 푸른 물줄기 하나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을 가만 잡아주었다 차마
그의 눈 속, 강물 바라보지 못한 채 저 허공,
문득 바라보았는데 둥근 황도 같은 달하나 조용히 걸려,
어둠 속, 고개 숙인 마을지붕들 머리 위를 일일이
가만가만 쓰다듬어 주고 있는 것이었다.
[현대시학]1월호.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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