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8·02 03:55 | HIT : 4,616
밥
신 지 혜
밥은 먹었느냐 사람에게 이처럼 따뜻한 말 또 있는가
말에도 온기와 냉기가 있다는 것 밥은 먹었느냐 라는 말에 얼음장 풀리는 소리 팍팍한 영혼에 끓어 넘치는 흰 밥물처럼 퍼지는 훈기,
배곯아 굶어죽는 사람들이 이 세상 어느 죽음보다도 가장 서럽고 처절하다는 거 나 어릴 때 밥 굶어 하늘 노랗게 가물거릴 때 알았다 오만한 권력과 완장같은 명예도 아니고 오직 누군가의 단 한끼 따뜻한 밥 같은 사람 되어야 한다는 거
무엇보다 이 지상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것은 인두겁 쓴 강자가 약자의 밥그릇 무참히 빼앗아 먹는 것이다
먹기 위해 사는 것과 살기 위해 먹는 것은 둘다 옳다 목숨들에게 가장 신성한 의식인 밥먹기에 대해 누가 이렇다할 운을 뗄 것인가
공원 한 귀퉁이, 우두커니 앉아있는 이에게도 연못가 거닐다 생각난 듯 솟구치는 청둥오리에게도 문득 새까만 눈 마주친 다람쥐에게도 나는 묻는다
오늘 밥들은 먹었느냐
-계간 문예 [다층]2008년 가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