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시

제목바람의 팜파탈/ 신지혜..........................『현대시학』2009년 1월호.2019-07-16 18:45
작성자

2009·01·23 03:08 | HIT : 4,060

바람의 팜파탈




                              신지혜




작두 위 칼날 타는 巫女같다
아까부터 가느다란 전선 줄 위에서
겨울 삭풍 한 줄기 줄타기한다 아니,
줄이 바람 데리고 엄한 神女처럼 호통친다 그렇게
춤사위가 약해서야 삼대천 하늘 서슬이 어디 시퍼래 지겠느냐,
쇠방울소리 요란하게 별들 떨어져 내리겠느냐


답십리 살 때, 앞집 살던 18살 선옥이,
웃을 때 보조개 예쁘던 그녀가
신내림 받던 날, 나 그녀가 맨발로 작두 타는 것 보았다
몇 번 죽을 고비 넘긴 후에야 허공 능선과 구릉 오르내리며
칼날 위 한 리듬 터득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신지체 장애자 아버지와 맹인 어머니와 두 동생 위해
아무리 먼 산간 벽지라도 억척같이 달려가
재수 굿, 성주맞이, 푸닥거리, 진오기, 굿판 걸지게 벌이던 선옥이,
생의 경지가, 더도 말고 작두날 타듯 해야,
삶의 억센 요새 옴짝달싹 못하게 함락시킬 수 있다고
담담히 들려주던 선옥이,


새파랗게 질린 겨울 하늘 밑, 저 바람
살아있는 칼날 위 신명나게 춤추는 법 이제야 터득하게 되었을까
칼끝 벼린 칼날의 날카로움 비로소 읽었다는 듯, 바람이 줄 퉁기며
능란하게 공중제비 휘돌아 치고 있다







-『현대시학』2009년 1월호.-




"Like a lion not trembling at noises, like the wind not caught in a net,
like a lotus not stained by water, let one wander alone like a rhinoceros"
-Suttanipata-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숫다니 파타-

#신지혜 # 신지혜 시인# 바람의 팜파탈/ 신지혜# 현대시학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