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1·27 13:58 | HIT : 5,897
移轉 (이전)
신지혜
전에 살던 곳 전화번호가 드디어 이전되었다는 연락 받았다. 전에 살던 집은 인도인 살던 집이었으나 이번 집은 그리스인 살던 집이다.
나 저승에서 이승으로 이전했듯, 뭇별에서 지구로 이전했듯, 노인에서 아기로 이전했듯, 백인에서 황인으로 이전했듯,
그렇게 무수한 이전 즐겼으나, 똑같은 곳, 똑같은 사람, 똑같은 이름으로 이전한 적 단 한번도 없었다.
누구도 내 등 떠밀며 어디로 가라. 무엇이 되라. 강요하지 않았다. 사이키 조명처럼 경악하듯 그 장면들 명멸했으나, 무수히 악수한 손 잡았다 놓았다 하는 동안 이전의 묘법 배웠다.
한 철마다 짐 꾸리고 다시 내려놓으며 저 각진 도시 골목에서 이 도시 저잣거리로, 사상의 거처 없는 무명 모나드처럼 나 바람의 오지 돌며 이전했다.
-『현대시학』2009년 1월호.
"Like a lion not trembling at noises, like the wind not caught in a net, like a lotus not stained by water, let one wander alone like a rhinoceros" -Suttanipata-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가라.-숫다니 파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