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8·30 18:39 | HIT : 3,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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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스미드 / 신지혜
쉐난도 민속촌, 사내가 쇳조각을 불화로에 집어넣는다. 그의 옆얼굴이 칸나처럼 붉다. 연신 날름거리는 불의 입속에 맛있는 쇠를 녹이며 아, 착하지? 칭얼대는 불속에 강철 한 조각을 물리며, 자, 이건 백마가 버리고 간 말굽 편자란다 그는 벌겋게 익은 뺨으로 굴러내리는 땀방울을 손등으로 쓰윽 닦았고, 불은 쇳조각을 과자처럼 맛나게 씹어먹다가 다시 녹여먹는다 쇠의 온몸이 물렁물렁 불덩 이로 화할때까지, 불은 쉴새없이 뜨거운 혓바닥을 뱀파이 어처럼 내두른다
불의 온몸은 천길 수렁이여서 곳곳이 욱신거린다 그는 젤리처럼 물렁해진 쇳덩이를 꺼내모루위에 놓고 텅텅 망치질한다 불덩이 뼛속까지 납작해진다 담금질하는동안 그의 눈동자속에서 공기도 썩둑 베일 시퍼런 칼날 하나 완성된다 칼날에서 또각또각 말발굽소리가 들린다 다시 백마가 뛴다
<신지혜 신작소시집> ― 현대시학.2006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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