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9·27 04:47 | HIT : 3,6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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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검은간토기
신 지 혜
미세한 생의 기억들이 아직
마르지 않은 도화지를 훑어간 저녁이었어
붉은 포도주 한 잔 비워진 후엔,
저 깊고 아득한 어둠의 물관부마다
문이 열리려는지, 심하게 덜컹거렸어
흐트러진 매무새의 길들도
지친 이마를 반짝이며 아마, 고대 유적이 되고 싶겠지
아득하고도 아득한 우주의 음계를 짚던 바람도
빗살무늬 문양으로 출렁이는 여기,
도보에 새겨진 작은 발자국들은 모두
오래 전, 누가 떨어뜨린 유품들일까
문득 바라다본 투명한 진열장속엔
여기저기 온몸 갈라터진 청동 검은 간토기 하나.
민무늬결 잔잔히 출렁이고 있었어
나도 저 청동 간토기처럼,
이 시간의 뜨거운 가마 속,
내 푸른 상처 선명하도록, 단단히
구워지고 있었어
-2006 연간집[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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