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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공기 한 줌 / 신지혜------------------. 계간 [시안] 2004년 가을호2019-07-15 19:16
작성자
2006·09·15 13:25 | HIT : 4,712
공기 한 줌



신지혜



새벽 산책길,
크게 심호흡을 한다

그때마다 공기 한 줌이 빨려들었다 빨려나간다
삼천대천 우주가 내 코끝으로 들락날락한다

나를 빠져나간 공기가 다시 네 속으로 빨려든다
너를 빠져나온 공기가 다시 내 속으로 빨려든다

내가 빨아들인 이 공기도
지금은 아득히 사라진 古代, 그 어느 死者의
내부를 탱탱이 살찌웠던 그 물빛
숨결이었을 것이다 끊임없이 풀무를 돌리며
차가운 눈물을 따뜻이 데워냈을 것이다

저 길가에, 푸른 화두 주렁주렁 매달고 서있는
상수리 나무들과, 희미한 종소리로
새벽을 틔워내던 초롱꽃들, 위태로운
허공절벽을 시시때때로 박차 오르던 이름 모를 새들과
나 한 숨결 고루 나누면서도
가없는 수평의 겸허를 깨닫지 못했다


새벽 산책 길,
불현듯 내 코끝이 찡해진다


-계간 [시안] 200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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