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간 짜라투스트라
신지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 권력의 시종들아, 나는 이 세상 공장이 찍어낸 듯 세뇌된 인간이 되지 못했다 내가 가진 재산은 오직 자유와 유랑, 나는 누구의, 무엇의 끈에도 묶이거나 얽매이지 않았다 하물며 신의 으름장에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았으며 늘 내 의지의 파장대로 오직 배포로 살았거늘 그래 나는 이 세상의 환에도 결코 속아 넘어가지 않았으며 나마저도 고정된 나라 믿지 않았다 내가 내 것이라고 시인한 적 없으며 가라 또는 머물라 해도 나는 내 의지대로 떠돌았다 이 지구에서 배운 양식대로 살지 않았다고 누가 내게 화살 겨누겠는가 대중들이여, 홀로인 내게 대체 뭐라고 하는 건가 나는 살기 위해, 내 삶을 누구와도 결탁하거나 공조하지 않았다 뒷골목 암거래로 내 양심과 영혼을 팔아치우지 않았다 나는 늘 무엇에 구속된 적도 없고 해방된 적도 없거늘 아무도 내게 세상의 수갑을 채우거나 간섭할 수 없다 누구에게 엎드려 칭송하거나, 세계, 국가, 단체에 맹종하여 서명한 적 없다 나는 오직 찰나마다 알아차림하고 지내왔으니 나는 나를 어디에도 빼앗기지 않았다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 다만 살아 숨쉬는 순간마다 들숨 날숨 누리고 있을 뿐 나는 늘 여럿인 듯 당당한 혼자였다 나는 통속적인 누더기 사상과 굴종일 뿐인 객설의 외투를 벗어 던졌다 “나는 스스로 돌보는 자” 맨해튼 빌딩 숲을 유유히 걸어가는 짜라투스트라는 빙그레 웃으며, 야유 퍼붓는 대중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니체(Friedrich Nietzsche) 저.
[현대시학] 11월~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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