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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새들의 지구생활 / 신지혜..............월간[시인광장] 6월호.2020-06-02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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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의 지구생활

    신지혜

 

 

 

아침부터 새들이

창밖에서 시끌벅적했다

 

 

전깃줄에 모여 앉은 새들의 이야기가 한창이었다

가만 들어보니, 평소 종교를 믿지 않는 새 한 마리가

큰길에서 싸늘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새들은, 그 새가 과연 새들의 천국에 갈 것인지 못 갈 것인지

왈가왈부하고 있었다

그가 겨드랑이 헐도록 근면 성실하였으므로

새들의 자비로운 신께선 그를

천국에 불러 새들의 천사라도 시켜줄 것이라 하였고

다른 새의 의견은 그가 신을 결코 믿지 않았으므로

그를 끓는 유황불에 내던져버릴 것이라 했다

또 다른 새의 의견은 달랐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그런 신은 신도 아니지,

신의 자격문제라고 외쳤다

새들은 모두 신의 종신 노예가 아니지, 그렇다면

신을 끌어내리고 새를 가장 잘 이해하는 신다운 신을

앉혀야 하고말고, 라고 격분했다

 

 

아까부터 앞집 지붕위에 앉아있는 부부 새는

교육문제로 쟁론했다

애가 누굴 닮아 이기적이고 예의가 없나,

나이 먹으면 좀 나아질까, 아무리 옳은 소리도

부모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니, 그게 다 어릴 때부터

야단치며 훈육하지 않은 당신 탓이지,

서로 책임 밀며 언쟁하고 있었다

 

 

오크나무 가지위에 앉은 늙은 어미 새는,

하나밖에 없는 새끼 새가

도무지 하늘이 답답하여 숨 막힌다고,

기필코 하늘 지붕 다 거둬버리고 돌아오겠노라

호언장담한 채 가출한 지 일주일이 넘었으나

돌아오지 않는다고,

거의 식음 전폐하며 초점 없이 먼 하늘만 응시하고 있었다

 

 

지구생활 하기에 너희들도 참 고생 많구나, 

만일 새들의 신께서 외면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니 걱정 말라고, 나 그들

위로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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