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주름무늬를 위한 노래
신지혜
애팔래치아 산맥 중턱에서 보았다
자신의 그림자 위 가부좌 튼 바위 하나,
깨지고 금간 표면 틈새에 온통 이끼투성이, 요지부동이다
한 눈에 보아도 생각의 뿌리가 깊은 바위다
이 세상에서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생각뿐이라고
삶이 위태로워 벼랑 끝 추락할지라도 오직 중심의 생각 하나면 끄떡없다고
전하는 듯 했다
그래그래 모든 존재의 중심은 생각이지
생각의 뿌리가 깊어야 자신의 축을 세우고 멀리 번지는
생각의 불빛은 먼 조난자를 비추어 주기도 하지
생각은 주름을 가지고 있지 주름은 펼칠수록 늘어나지 주름접어 소중히 보관하기도 하지 좋은 생각은 주름무늬도 아름답지
생각은 생각을 물고 오지 생각은 미끄럽지 생각이 다가올 때 바로 찰나에 붙잡지 않는다면 그대로 소멸하지 생각은 생각이 패턴을 디자인하기도 하지
때로 생각 하나로 세상이 뒤집히고 목숨이 간당거릴 수 있지 그러므로 생각을 위험한 칼 다루듯 신중해야 할 때도 있지
이마에 우레번개 받아도 끄떡없는 생각의 축 하나면, 이 세상 무엇이나 간단없이 통과할 수 있는 유일한 비법인 것,
생각은 생각이 관할하지 생각의 씨 뿌리고 키우고 뽑아 채집하기도 하고 오물 같은 생각은 가차없이 태워버리기도 하지
이 세상에선 생각을 어떻게 잘 두는가에 따라 생의 승패와 당락이 정해진다
나 바위에 올라앉아 골똘히 내 생각의 주름을 편다
게간 [시산맥] <미학적통증과 사유 편> 2019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