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사이드 갤러리 신지혜
나는 작품입니다 나는 여기, 초대 되었습니다 이 세상에 당도한 불후의 작품들이 나와 함께 초대 전시 중입니다 나는 ‘작자미상, 연도미상’ 이라고 하단 라벨에 적혀있습니다 나는 아마도 당신이 그토록 오래 기다려왔던 바로 그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자, 여기저기 둘러보십시오, 이제부터 당신은 썩지 않는 명화가 걸려있는 고대 회랑을 지나다가 잠시 시간이 무상하여 슬픔의 포즈 한 컷 찍으셔도 되겠습니다
이곳저곳 갤러리 돌아보시는 동안 벽에 걸린 작품들에선 때때로 켜켜이 쌓인 우울한 먼지, 혹은 덜 마른 파라핀 냄새가 나기도 할 것입니다 혹여 어떤 그림 밑에 늘어뜨린 그늘은 부패되었을 것입니다
그렇죠, 파란만장의 역사를 감상하시는 동안, 천천히 오래 묵은 공기와도 사귀어보십시오 우리 정신 속 숨어든 비극을 폭로하는 어떤 그림 앞에선 그냥 무너져 오열해도 되겠습니다
이 지상 최대 갤러리 초대된 모든 작품들은 고흐의 그림 속처럼 서로 붙들고 의지하며 흐를 것입니다 경계 허문 산, 나무, 태양, 별들의 물결,
당신이 갤러리 출구를 빠져나갈 때에는 생을 관전한 예술가인 듯
입가에 견성의 미소 한 줄 그릴 겁니다
2021년 문학과 창작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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