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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스웨터/신지혜................................계간[시안]여름호20072019-07-15 20:55
작성자
2007·05·23 06:32 | HIT : 3,247
스웨터




신 지 혜



어머니는 밤 내내 스웨터를 짰다 문드러진 길,

가닥가닥 섞고 힘센 가난 올올히 엮어짜던 스웨터.

물끄러미 바라보던 내게, 이 한 올이 엮어져 사슬이 되고

사슬이 엮어져 널 담는 스웨터가 된단다

어머니 대바늘이 딱딱한 밤의 심장에 수없이

구멍을 내자 창밖이 훤해지고 있었다



장롱 깊숙한 곳, 낡은 스웨터를 꺼내 입고서야

나는 비로소 알았다 나를 담기위해 이 스웨터는,

거친 사슬뜨기 세상을 몇 번이나 돌아 나왔을까요

어머니 뼈아픈 휘파람의 곡조는 또 몇곡이나

그 한숨의 씨실 날실과 몸 섞였던 것일까요

잔뜩 흐려진 내 눈시울 너머,

어머니 마디 굵은 손목이 보였다



캄캄한 밤, 나도 창가에 앉아 낱장의 밤하늘에

숭숭 대바늘을 꽂는다 내 절망 어디쯤,

힘없이 툭툭 끊겨 나갔던 여린 꿈 한올씩 다시 찾아

단단히 매듭짓는다 시린 별빛 올올히 엮어 밤내내

손목을 놀리자 어느틈엔가 부윰해진 창밖,

눈물겨운 詩篇 한장 환히 펄럭거렸다




계간[시안] 여름호.2007-
#신지혜 시인# 스웨터-신지혜# 시# 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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