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7 14:00 | HIT : 3,141
비디오 아트
신지혜
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 ㅁㅁㅁㅁㅁ
대형 아파트 단지 똑같은 규격의 스크린 속 똑같은 거실의 TV가 수백편 동시방영된다 위태롭게 쌓인 칸칸 비디오 화면 보면서 한 얼굴 위에 또 다른 얼굴 포개고 웃는 얼굴 보면서 한 눈물이 다른 눈물 전염시키 는 걸 보면서 한 말이 다른 말에 침투하여 무섭게 포자증식되는 걸 보면서 나는 불온한 일탈을 꿈 꾼다 규격품 영혼들 하단 부분, 때때로 名士들의 팝업광고가 번뜩인다. 오래 전부터 이미 생사가 각본된 길고도 지루한 드라마 속, 그 캄캄한 벽속 전선을 송두리째 뜯어내고 내 생의 원본이 내장된 마이크로칩마저 남김없이 소거한 채 훨훨 부나비 로 날아오르고 싶은 저녁,
내가 아파트 앞에 홀로 서성거린다 내가 빠져나온 화면하나 텅 비어 있지만 밤새도록 내 부재가 절찬리 상영되고 있다
[문학과 창작]2007년, 가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