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08·20 20:09 | HIT : 4,3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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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대문 / 신지혜
그때, 철판같이 견고한 어둠 한 장이 내렸다 엄마가 내게 나즉히 말했다 얘야 누구든지 자기안에 파란 대문이 있단다 네 안을 들여다보렴. 나는 내 안에 얼굴을 파묻고 날 들여다본다 가만히 바라보니, 파란 대문 하나가 떡 버티고 있었다 흔들어보아도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 문이 잠겨있어요 열쇠가 없어요 걱정말아라 네 마음을 그 열쇠구멍에 꽂고 힘껏 비틀어보렴.
그러나 나는 너무 녹슬었어요 엄마, 온통 붉은 꽃 투성인걸요 아니란다 이 세상에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거란다 보거라 저 공중에 네 숨결마저도 아름다운 무늬꽃을 피우고 있지 과연 바라보니, 내 숨결의 물빛 붓꽃이 투명한 공기알을 잔잔히 흔들고 있었다
나는 굳게 닫힌 파란 대문의 열쇠구멍에 나의 마음을 꽂고는 힘껏 비틀었다 그러자 저편 시간의 태엽이 해제되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내 마음의 경계선이 모두 지워져버렸고 내 생각의 안팎이 무너져버렸다 촘촘한 두려움의 경계가 훨훨 날아가버렸다 그리고 더 이상 파란 대문은 내 안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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