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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줄/ 신지혜------------------계간 문예『다층』2008년 가을호2019-07-1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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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혜  



                

한 사내가 줄에 간당간당 매달려 있다.
브로드웨이 번화가 30층 건물꼭대기
아슬아슬하게 그러나 편안히 공중에 안겨있다
비계 위 처연히 앉아 조용히 그네 타는 사내,


사내는 천천히,
줄 끝에 달린 양동이에서 세제 묻은 대걸레 꺼내,
대형 유리창 쓱쓱 문지른 후 다시
줄 휘청거리며 가벼이 점프,
아래층 공간으로 정확히 하강한다


줄에 목숨 꽁꽁 묶고
공중에 떠있는 공포와 사귀기까지 그 얼마나
오랜 뒤척임이었던가
미세한 바람에도 과민 반응하는 줄의 반동과
밑도 끝도 없는 허방 중심 잡기 위해
얼마나 몸부림쳤는가 때로
예측불허의 기류는 그를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저 허공에는 난간이 없다
공중엔 오직 줄 한 줄, 60킬로그램 대롱거릴 때
허공에도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는 것을 터득한 사내,


그의 줄이 잠시 또다시 휘청거린다
수직의 벽 퉁겨 오르다 내려선 그의 발은
공중 한 칸 명확히 내려선다


줄 하나 덕분에,
따뜻한 저녁 식탁 앞에서
그의 어린 새끼들 재잘거릴 생각에, 줄 위에 매달린
그의 얼굴은 벌써부터 저리 환한 보름달이다







-.계간 문예『다층』2008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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