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트만에 대한 몇 마디 변론
신지혜
화두도 성가시다 그저 면벽한다
어떤 놈이 장승처럼 우두커니 여기 앉아있는가 이놈이 누구인가 이놈이 대체 어디서 온 놈인가 어떤 놈이 나로 하여금 이놈 지켜보게 하는가 어떤 놈이 내게 이것저것 말하고 듣게 하고 어떤 놈이 내게 이래라 저래라 끌고 다녔는가
서로가 쏘옥 빨려들 듯 저쪽에서 나를 노려보는 놈과 이쪽에서 건너다보는 놈과 무슨 관계인가
쌍방 빈틈없이 영혼과 육신이 딱 핀트가 맞아떨어졌는가 이놈 부르면 저놈이 네 대답하고 저놈 부르면 이놈이 네 대답하고 똑같이 생긴 이놈들은 대체 어떤 놈들인가
두 시선이 끊어질 듯 팽팽하다
일거수일투족 똑같이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고 웃고 동고동락하는 이놈들 그릇 크기와 깊이도 똑같다 어쩌다 둘이 한판 난장 벌이다가 고요 할 사발씩 권커니 잣거니 허허, 어수룩하게 마주보고 웃어젖히니 이놈들 내 아트만 한 쌍, 참말 아무런 죄가 없다
-계간『리토피아』 2010년.가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