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시가있는세상>

제목[보스톤코리아신문]열애/신달자.2019-07-28 20:18
작성자
 2007·12·19 21:35 | HIT : 1,347 | VOTE : 115
  

『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열애

 

 

신달자(1943~)

 

 

 

 
손을 베었다
붉은 피가 오래 참았다는 듯
세상의 푸른 동맥 속으로 뚝뚝 흘러내렸다
잘되었다
며칠 그 상처와 놀겠다
일회용 밴드를 묶다 다시 풀고 상처를 혀로 쓰다듬고
군것질하듯 야금야금 상처를 화나게 하겠다
그래 그렇게 사랑하면 열흘은 거뜬히 지나가겠다
피 흘리는 사랑도 며칠은 잘나가겠다
내 몸에 그런 흉터 많아 
상처 가지고 노는 일로 늙어 버려
고질병 류마티스 손가락 통증도 심해
오늘 밤 그 통증과 엎치락뒤치락 뒹굴겠다
연인 몫을 하겠다
입술 꼭꼭 물어뜯어 
내 사랑의 입 툭 터지고 허물어져 
누가봐도 나 열애에 빠졌다고 말하겠다 
작살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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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오는 상처와 고통을 오히려 힘껏 껴안아본 적이 있는가. 이 시가 그렇다 상처를 겪어야 내 몸이, 얼마나 축복 받았는지, 세상이 얼마나 따스한 품이었는지 이 시가 우리를 깨닫게 한다.모든게 그렇다. 상처는 마음의 무감각을 일깨우고, 진정한 사랑과 감사를 알게한다. 내게 오는 상처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이라는 것을, 이 따뜻한 시의 물살에 뺨을 가만히 적셔보라. 이 시가 당신 편이다. 고통을 해제하고 평안을 준다.

신달자 시인은 경남 거창 출생. [현대문학]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봉헌문자><겨울축제><모순의 방><시간과의 동행><아버지의 빛><열애>등이 있고, 장편소설<물위를 걷는 여자> 산문집<백치애인>등 다수가 있다. 대한민국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시와시학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Dec.21.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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