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비닐봉지
곽상희
짧은 철로길 위 다리를 걷는데
다른 소리들에 두꺼운 내 귀의 통로를 뚫고
작은 소리 하나 들리는 것 같아
고개를 들었다
철로길 따라 서있는 성긴 아카시아나뭇가지에
매달린 비닐봉지 하나
바람 난 사람의 가슴처럼 펄럭, 했는가
세미한 소리가 들린다
그가 섬기며 살아온 짧은 인생의
고요한 속삭임,
삶은 자기를 위한 것 아니라고
살몃 고개 짓을 한다
그의 뒤에는 드맑은 겨울 푸른 하늘
비닐봉지, 남을 위해 태어난
탯줄 없는 자유의 즐거운 삶
하늘 향해 뛰어 오르려는
희망이 즐거운 톤으로
바람을 타고 있다
내 귀가 닿지 않는
세상 모든 세미한 소리
들린다 내 안에서.
***********************
따뜻하다. 이 시가 타인을 위하여 아낌없이 봉사와 희생을 베푸는 따스한 정을 지닌 이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삶은 자기를 위한 것 아니라고" 이것이 수 천년 동안 이 지구가 돌아가게 하는 그 사랑의 저력이 아니었던가. 이 포근한 시로 하여 한해의 끝자리가 환하기만 하다.
곽상희 시인은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끝나지 않는 하루>외 5권, 수필집 및 소설집 다수가 있으며, 영시집 이 있으며, UPLI회원 및 US Korea Director. 올림포에트리(스페인) 계관시인으로 피선, 박남수시인상, 미주시의회 대상, 미도서시인상, 국제여류시인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시인>
<신문발행일.Dec.28.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