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나비를 보는 고통1
박찬일(1956~)
혼자서 날아다니다가
흙에서, 흙에서 뒹굴다 죽는 나비여.
날개가 아니라 몸뚱어리라는 것을.
그가 날개를 움직이는 동력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날개란 몸뚱어리에 붙은 어떤 것이라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몸뚱어리가 죽으면
날개도 따라 접힌다는 것을.
내 진작 알았더라면
혼자 다니다가
흙에 뒹굴다, 흙에 뒹굴다 죽는 나비에
나비의 운명에
내 가까이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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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쫓는 나비를 다시 한번 생각해봄은 어떤가. 눈부신 날개를 사랑하고 날개를 신뢰한다는 것,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들이 과연 그것의 원형적인 실체인가를 이 시가 깊이 성찰하게 한다. 파닥이며 날아가는 이 지상의 나비 날개도, 결국 환상을 버리고 귀속하는 것을.
박찬일 시인은 춘천 출생.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화장실에서 욕하는 자들> <나비를 보는 고통> <나는 푸른 트럭을 탔다>외 다수시집과, 시론집이 있다. 박인환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 2008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