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흔적
김영탁(1960~)
대웅전 마루바닥에 누워서 본 하늘은
문이 열린 만큼 들어왔다
하늘을 본다고 하늘 전부를 말할 수는
없었다
나무는 푸른 잎으로
하늘에 단청을 낳고 있다
양떼구름이 단청 속에 들어가
풀을 뜯고 있다
잠깐, 유난한 매미 소리와 뻐꾸기
소리가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나뭇가지 끝이 조용했다
뭔가 지나갔다
아마 천사일 것이다
바람이 지나갔다
다시, 숲에 사는 벌레와 새들의,
소리의 향연이
시작된다
다시, 문이 열린 만큼 하늘을 바라보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평화로웠다
평화라고
되뇌어 보았던 이런 것들이
복받쳐 헤프게 눈물이
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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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은 소란함과 흥청거림에 중독된 현대인들로 북적거린다. 조용한 흔적들과 무늬들이 더없이 그리운 세대다. 이 시의 궤적을 쫓아가 보면 말없이 흔들리며 들고나는 세계를 보게 되리라. 저 눈부신 여백의 시간과 유연한 평화를!
김영탁 시인은 경북 예천 출생. 1998년 계간 [시안]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새소리에 몸이 절로 먼 산 보고 인사하네>가 있다. <신지혜.시인>
-<신문 발행일>2008년 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