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시가있는세상>

제목보스톤코리아, 시가 있는 세상, 신지혜 시인, 문학,2019-07-28 21:46
작성자
2008·02·21 05:58 | HIT : 1,411 | VOTE : 121
  
 

『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고니 발을 보다

 

고형렬(1954~)

 




고니들의 기다란 가느다란 발이 논둑을 넘어간다
넘어가면서 마른
풀 하나 건들지 않는다
 
고니 한 식구들이 눈발 위에서 걸어가다가 문득 멈추어 섰다
고니들의 길고 가느다란 발은 정말 까맣고
윤기 나는 나뭇가지 같다
(그들의 다리가 들어올려질 때는 작은 발가락들이 일제히 오므라졌다
다시 내디딜 땐 그 세 발가락이 활짝 펴졌다)
아, 아무 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반짝이는
그 사이로 눈발이 영화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마치 내게는 그들의 집은 
저 눈 내리는 하늘 속인 것 같았다.
끝없이 눈들이 붐비는 하늘 속
고니들은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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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처럼 거대한 묘법이 또 있는가. 눈 속의 고니들! 더욱이 그 눈부신 발이란? '아, 아무 것도 들어올리지 않는!' 고니들의 한 경지를 보라. '눈송이도 건들지 않는다' 한다. 저들의 신비로운 자태와 경이로움, 그리고 유유자적한 순백의 고니들의 모습에 반하게 된다.

 고형렬 시인은 강원도 속초 출생.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대청봉 수박밭' '성에꽃 눈부처''김포 운호가든 집에서'밤 미시령'등 다수가 있으며, 지훈상, 일연문학상, 백석문학상,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했다.    <신지혜.시인>

 

 

<신문 발행일>2008.2.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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