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내가 살고 갈 이 세상에
이창윤(1940~)
아침상을 앞에 놓고 내다보면
호숫가 수양버들 아래 재두루미 한 마리가
그림처럼 서 있는 것이 보인다
내가 아침을 마치고 커피를 마실 때
그도 송사리로 아침을 때우고
호수 건너편으로 날아간다
그가 나타나지 않는 날은
그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떤 날은 잡은 고기가 너무 커서
내장만 쪼아먹다 떠난다
나는 이것을 주어서 거름이라도 되라고
꽃나무 밑에 묻어준다
밤중에 너구리가 와서 땅을 파고
훔쳐가 버리기도 한다
살과 피가 되는 것
더 잘 된 일이 아닌가
한 시대를 함께 살고 간다는 친밀감
나를 외롭지 않게 살고 가게 해 주는
이 모든 것들
더 없이 고마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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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다. 우리가 살아도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의 온갖 존재 및 미물들과 함께 더불어 어깨를 비비고 나누며 사는 것임을 이 시가 환히 밝혀준다. 또한 이곳에 와 삶과 목숨을 맞대고 대자연의 섭리안에서 공생하고 있음을 일깨워준다. 아름다운 이 시로 인해 하루가 넉넉하고도 평온해진다.
이창윤 시인은 경북 대구 출생. 1966년 [현대문학]추천 완료. 경북대 의대 졸업, Maternal-Fatal Medicine 특수 전문의, 미시간 주립대학 의과대학 교수역임. 시집으로 <잎새들의 해안><<강물은 멀리서 흘러도><다시 쓰는 봄편지>등이 있으며, 해외문학상.가산문학상,미주시인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신문]2008년 5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