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세상은 화덕이요
송석증
나는 하찮은 무쇠입니다
세상은 나에게 화덕 속의 불입니다
풀무의 세력 있는 불을 만난 철이나 동과 같이
겁나고 두려운 존재입니다
그래도
무쇠는 화덕 속의 불을 지나야 강철이 되고
불 속에서 찬물 속으로 담금질해야 광택이 납니다
풀무 속에서만 세력을 갖는 불덩이들아!
풀무 속 지나야 하는 무쇠의 운명인 나를
쳐라! 두들겨라! 힘닿는 데까지 단금해라!
녹이며 괴롭게 하라!
너로 인하여 강철이 되고 광택이 나리라
망치 소리 잠들고 풀무질 멈추면
화덕 속 불덩이들 때가 되면 재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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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오늘 그대의 삶이 힘드신가. 조용히 이 시에 침잠해 보라. 사람 사는 것이 펄펄 끓는 용광로속에서의 풀무질이라 한다. 이 삶에 이리 데이고 저리 뒤척이며 온몸 상처투성이, 그러나 혹독한 단련으로 비로소 빛나는 것이라 한다. "무쇠의 운명인 나를 / 쳐라! 두들겨라!" 이 시가 그대의 뼈아픈 생을 다독이며 한껏 위무해줄 것이다.
송석증 시인은 서울 출생. 1997년 [시대문학]등단. 시집으로 <바다 건너 온 눈물><내 콩팥이 혈액 정화를 거부했을 때><지시할 땅으로 가라><혼자 저녁 먹는 사내>등이 있다. <신지혜. 시인>
[보스톤코리아]-2008.5.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