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시가있는세상>

제목[보스톤코리아신문]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2019-07-27 23:04
작성자

『보스톤코리아신문』


[ 가 있는 세상]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1943~)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애인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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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처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라고 낮게 발음해 보라. 따스하게 번지는 강물을 만나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이 두려웠던가.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을 생각해 보라. 이별마저도 완성하고 순응할 수 있는 빛나는 삶의 예지. 삶을 초연히 건너가며 기쁨과 아름다움을 응시할 수 있는 투명한 눈동자를 지녀 보라 한다. 그 명상적이고 자성적인 시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기철 시인은 경남 거창 출생.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낱말추적][청산행][가장 따뜻한 책][정오의 순례]등 다수의 시집이 있으며, 산문집으로[손수건에 싼 편지]가 있으며, 시와시학상, 최계락문학상, 대구광역시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 시인>

 


 

 

 

<신문발행일.Aug. 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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