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1943~)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애인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가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 이 시처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라고 낮게 발음해 보라. 따스하게 번지는 강물을 만나게 된다. 만남과 헤어짐이 두려웠던가.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을 생각해 보라. 이별마저도 완성하고 순응할 수 있는 빛나는 삶의 예지. 삶을 초연히 건너가며 기쁨과 아름다움을 응시할 수 있는 투명한 눈동자를 지녀 보라 한다. 그 명상적이고 자성적인 시선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기철 시인은 경남 거창 출생. 1972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낱말추적][청산행][가장 따뜻한 책][정오의 순례]등 다수의 시집이 있으며, 산문집으로[손수건에 싼 편지]가 있으며, 시와시학상, 최계락문학상, 대구광역시 문화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 시인>
<신문발행일.Aug. 24.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