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삼학년 박성우(1971~)
미숫가루가 실컷 먹고싶었다 부엌 찬장에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 동네 우물에 부었다 사카린이랑 슈가도 몽땅 털어 넣었다 두레박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미숫가루 저었다 뺨따귀를 첨으로 맞았다 **************************************** 그런 시대가 있었다. 미숫가루가 먹고 싶던 시절, 요즈음처럼 먹을 것이 많지 않던 가난한 시절, 원도 끝도 없이 먹고싶어서 "미숫가루통 훔쳐다가/동네 우물에 부었다"한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때 그 시절의 삼학년. 그것은 천진난만한 삼학년 짜리의 때묻지 않은 순박하며 기발한 발상이자, 특별한 상상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두레박으로 실컷 먹을 것을 꿈꾼, 티없는 상상이지만 오히려 가슴 찡하도록 눈물겨우며, 저절로 빙그레 미소를 짓게끔 하고야 만다. 박성우 시인은 전북 정읍 출생.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2006년 <한국일보>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으로<거미><가뜬한 잠>이 있으며,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Aug. 31. 20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