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톤코리아신문』
[詩 가 있는 세상]
사랑법
강은교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은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은
침묵할 것.
또는 꽃에 대하여
또는 하늘에 대하여
또는 무덤에 대하여
서둘지 말 것
침묵할 것.
그대 살 속의
오래 전에 굳은 날개와
흐르지 않는 강물과
누워 있는 누워 있는 구름,
결코 잠 깨지 않는 별을
쉽게 꿈꾸지 말고
쉽게 흐르지 말고
쉽게 꽃 피지 말고
그러므로
실눈으로 볼 것
떠나고 싶은 자
홀로 떠나는 모습을
잠들고 싶은 자
홀로 잠드는 모습을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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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랑법이 있다. 이 대자연의 품은 너르다. 그대 앞에 누군가 오고 갈지라도 그대앞에 무엇이 피였다 사라질 지라도, 혹여 죽음같은 고통이 그대를 마비시킬지라도 침묵하라 한다. 말없이 안고 출렁이면, '가장 큰 하늘은 언제나 그대 등뒤에 있다'는 것을, 이 시가 잠언처럼 잔잔한 감동을 몰아친다.
응시해 보라. 모든 흔적을, 모든 것은 유유히 시간의 파도를 그릴뿐이다. 거기 늘 그렇게.
강은교 시인은 함남 홍원 출생. 1968년≪사상계(思想界)≫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빈자 일기>, <소리집>, <붉은 강>, <우리가 물이 되어>, <바람노래>, <시간은 주머니에 은빛 별 하나 넣고 다녔다> <초록 거미의 사랑> 등 다수 가 있으며,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신지혜. 시인>
<신문발행일.July. 06. 2007>